내 머리는 어디로 갔나
167 *117, 얼룩진 천과 색동천엮음,
먹과 페인트, 돌멩이,2018
한 귀퉁이가 잘려나가 쓸모없이 남겨진 얼룩진 천과 친정엄마가
묵혀둔 쓸모없던 색동이불천을 실로 이어 캔버스의 상실된 공간을 재생시켰다 .
얇은 세필을 이용해 수없이 가는 선들을 중첩시켜 이야기를 그려내고
돌처럼 무거워진 머리는 내려놓듯, 길가다 무심코 주워온 돌멩이를 매달았다.
방바닥에서 작업된 바닥화임과 동시에 벽면 설치시 걸개그림이 된다. 액자의 틀을 벗어나 있기에 바람이
불면 그림은 움직임과 동시에 돌멩이들의
마찰 소리를 들려준다.
작업노트 :
나는 왜 욕망하는가, 거기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가슴속 울림을 동력삼아 온몸으로 살려고 하는데 나의
일상에서 무거운 머리가 나를 가로 막는다.
끊임없이 흐르는 생각, 습처럼
내려지는 뇌의 왜곡된 판단들,
지워지지 않는 시린 기억들, 헤어나오기
힘든 사로잡힘,
허상에 속고 속는 스스로의 어리석음, 스스로 선택한 억압과 권력에서 해방되고 싶다.
벗어 던져버리고 싶다. 온몸마음을 텅비워내고 싶다.
탐욕스럽게 움켜쥔 흙뭉치들을 뿌리에서 털어내듯
생각의 굴레에 갖혀버린 머리통은
벗어 던지고싶다.
마음의 굴레에서 해방된 온몸의 감각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즐겁고 충만한 몸.
그 몸으로 내안의 신성을 스스로 깨우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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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동이야기*
나의 어머니는 시집 오실때 색동이불을 장만하셨다
어릴적 무언가에 놀란 나에게 대나무를 흔들어대던 무당의 집은 온통 색동으로 가득했다.
굿판에서 땅을 치며 하늘로 솟는 무당의 몸짓.
색동저고리속에서 솟아 오른 무당의 얼굴에선 태양이 뿜어내는 강렬한 흥이 뿜어져나왔다.
우리삶속 색동은 무엇일까?
색동에 대한 수많은 유래들을 볼 수 있다. 종교나 신화에서도 색동이 무지개로 상징되기도 한다.
티벳의 기원설화에 등장하는 무지개, 관세음보살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지개의 에너지.
모든 중생들이 해탈에 이르게 하라는 깊은 염원이 담겨져 있는 모든 생명의 근원과 신성을 상징하는 티벳 룽자의 펄럭임.
색동무지개 위에 태양이 솟아오르듯 색동은 활력찬 우주의 생명력을 전해준다.
색동의 상징성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염원하는 것일까? 욕망하는 것일까?
무지개 떡을 먹고, 색동이불을 몸에 덮고 잠을 자고, 나쁜 기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색동저고리를 몸에 입힌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설날, 색동 옷을 입고, 새롭게 뜨는 태양을 향해 다짐했을 우리 스스로의 성찰들.
내가 만난 색동은 그너머, 꿈꾸는 무지개가 아니다. 바로 여기 내 몸과 밀착된 일상에서 재발견되는 무지개이다.
신을 만나기 위해 건너야 하는 무지개가 가 아닌 색동을 몸에 입히고 무지개떡을 먹어버리는 내자신이 스스로를 구원하는 신이 된다.
우리민족의 인내천사상에서 볼수 있듯이 사람이 하늘, 곧 우주이듯, 지금 여기 내 안에서 찾는 것, 내안의 신과 너안의 신, 서로의
스스로를 만나는 것.
진정한 구원은 무지개너머 신에게 두손모아 빌고 비는 비나이다가 아니라 내안으로 향하는 자기 스스로의 구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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